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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끝>연재를 마치며

김병륜 기사입력 2005. 06. 18   00:00 최종수정 2013. 01. 05   01:11

관객 1163만 명을 기록한 전쟁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개봉)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화 소품 담당자들이 군 관계자에게 ‘6·25 당시 군 장비인 윌리스 지프(jeep)를 현재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를 질문한 일이 있다고 한다.
군 안팎의 각종 안보기념관이나 장비전시장에 비슷비슷한 군용 지프차는 많았지만 윌리스 지프는 단 한 대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를 안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비를 도태시킬 때 단순히 폐장비 처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군사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반드시 사전 검토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 과거 군에서 운용했던 장비나 무기 체계 중에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들도 적지 않다. M-32 구난전차도 그중 하나다. 혹은 실물은 남아 있으나 관련 기록은 전무한 경우도 있다. 전쟁기념관에 소장된 ‘대한식 소총’이 그렇다. 1950년대 육군 병기창에서 제작됐다는 이 소총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제작했는지조차 불명확한 실정이다. 공군에서 처음 자체 제작했다는 항공기인 ‘부활호’가 대구의 한 고등학교 지하실에서 수십 년째 방치돼 온 사건도 마찬가지다.
과거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우리는 불과 100년 전까지 존재했던 거북선을 두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료 부족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군에서 사용했던 무기 체계나 장비도 세월이 흐르면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다. 이를 전문 용어로 군사재(軍事財)라고 한다. 군사재는 군사사(軍事史) 연구 자료로서 가치를 갖는 것은 기본이며 일반 문화재로서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존경하는 역사상 유명한 무장의 유품이라면 호국·안보의식을 제고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전쟁기념관이 인기 관광 코스로 주목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군사재는 관광 자원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군사재는 또 한 나라의 군사적 전통을 계승하고 자연스럽게 군대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보조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무기의 일생’은 각종 무기 체계와 장비 도입, 개발, 운용사라는 측면에서 우리 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군사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기획된 연재물이다. 본지 외에 ‘유용원의 군사세계’에도 게재, 조회 수 1만을 돌파하는 등 나름의 호응을 받았지만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연재를 마치게 돼 아쉬움이 크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장비도 언젠가 문화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독자 여러분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병륜 기자 < lyue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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