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박치문바둑

바둑세상<223·끝>바둑의 룰

입력 2004. 09. 1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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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심판이 없어도 되는 신사적인 종목이며 룰이 간단하고 분쟁의 소지도 없는 게임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바둑 룰은 알고 보면 아주 복잡해서 책으로 한 권 분량이 된다.
대체로 일반인이 대국하는 데는 불필요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프로의 시합에서는 종종 판정을 내리기 애매한 경우가 등장하곤 한다. 가령 이런 경우는 어찌 될까.
⊙흑 집에 패의 형태가 있다. 바둑이 다 끝났으므로 당연히 패를 잇고 종국해야 옳아 보인다. 그러나 흑을 쥔 기사가 상대는 팻감이 하나도 없으므로 가일수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가만히 계산해 보니 가일수하면 백의 반집승, 가일수하지 않으면 흑의 반집승이다. 이 경우 어찌해야 좋을까.
〈판정〉=일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양쪽 다 지지 않음’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단패는 팻감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가일수하도록 명시하게 됐다.
일본 룰(한국 룰)과 중국 룰은 계가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본 룰은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룰이다. 집(영토)과 사석(포로)을 합산해 계가한다. 중국 룰은 집(영토)과 판 위의 살아 있는 돌(생존자)을 합산해 계가한다.
결과는 같다. 그러나 서로 다른 계가법은 대국 방식에 차이를 가져온다. 일본 룰은 집과 사석만 세면 되므로 공배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갖다 놓아도 계가에 변동이 없다. 따라서 일반 팬들은 바둑이 끝나면 공배는 적당히 메우고 계가에 임한다.
중국 룰은 집과 살아 있는 돌을 계산하므로 돌을 한 개라도 더 판 위에 올려놓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공배도 다 끝내기에 해당한다. 돌 한 개 둘 때마다 한 집씩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룰은 공배를 메울 때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대국 시간도 길어진다. 일본 룰에 익숙한 한국·일본의 바둑 애호가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여지기 힘든 룰이다.
그러나 중국 룰은 과학적이다. 위에서 예를 든 분규 장면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중국 룰은 자기 집에 아무리 가일수해도 손해가 아니다. 살아 있는 돌 한 개는 곧 한 집이나 마찬가지니까. 따라서 패는 신경 쓸 것 없이 그냥 가일수하면 된다. 즉, 중국 룰은 모든 분규가 판 위에서 저절로 해결된다.
얼마 전 중국에서 한·중·일·대만과 유럽·미국의 바둑 관계자들이 모여 ‘바둑의 세계화를 위한 통합 룰’ 회의를 열었다. 유럽은 2007년 멘탈 올림픽을 준비 중인데 이때 바둑 룰이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러나 일본 룰과 중국 룰, 그리고 대만의 응씨 룰까지 서로 다른 룰에 서로 다른 주장, 서로 다른 습관 때문에 조정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2002년 3월5일 첫 회를 시작으로 독자들 곁을 찾은 ‘박치문의 바둑세상’이 2년 6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이번 회로 연재를 마치게 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 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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