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박치문바둑

바둑세상〈220〉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대회

입력 2004. 07. 3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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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대회는 올해가 9회째다. 바둑계 최초의 오픈 대회라서 그동안 말도 많고 사건도 많았다. 우선 아마추어의 예선전. 많은 프로는 아마추어와 대국한다는 사실 자체를 싫어했다.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니 스타일만 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의 박세리 선수가 첫 우승을 따낼 때 아마추어 선수와 결승전을 벌이는 모습을 본 뒤 그런 분위기는 많이 약화됐다.
하지만 4명을 뽑는 아마추어 예선전 통과자 수를 더 늘리는 것에는 극히 반대하고 있다. 다음은 외국 선수 참가 문제. 외국 기사들은 자비로 서울의 예선전에 참가한다. 처음 한국기원 직원들은 “그런 대회에 누가 나오겠느냐”며 코웃음 쳤다. 무슨 대회만 있으면 일본에 미리 전화해 그쪽 스케줄에 맞추고 ‘귀한 몸’들의 호텔을 미리 잡아 주곤 하던 오랜 관행(?) 탓인지 ‘자비 참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참가한다고요. 참 편하긴 하겠네요”라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고 대국장에 데려오고 식사 때마다 미리 예약해서 모시곤 하던 것이 국제 대회의 풍경이다. 수많은 사람 일정 맞추기도 참 힘들었다.
그런데 이쪽에서 대회 일자를 공고해 오고 싶은 사람만 오라고 한다면 진행하는 측에서는 얼마나 편하겠는가. 이메일로 참가 신청을 받고 추첨한 뒤 아무것도 안 하고 대국장에서 가만히 기다리면 다 끝난다. 그런 대회에 누가 올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러나 삼성화재배 예선전은 해마다 수많은 외국 기사들로 붐볐다. 중국은 30∼40명, 일본은 70∼80명씩 참가했다. 올해 중국은 랭킹 40위 이내의 기사 중 랭킹 1위 구리 7단 등 35명을 선발해서 보냈다. 일본도 61명이 건너왔다. 대만도 한국 바둑 연수 겸 17명이 왔다.
젊은 기사들은 삼성화재배만의 축제 분위기를 좋아한다. 근엄하게 초빙돼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다른 세계 대회와 달리 삼성화재배 예선전은 300명 정도의 각국 기사로 붐빈다. 열기도 뜨겁다. 밤이 되면 한국기원이 있는 왕십리 인근의 호프집은 이들 남녀 기사들로 초만원이다.
그들은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우승도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그 점이 좋은 것이다. 사실 삼성화재배를 제외한 모든 세계 대회가 초청 대회다. 32명이나 24명을 초청해 토너먼트를 벌인다. 후지쓰배의 경우 세계 대회 구색을 맞추기 위해 남미·북미 대표, 유럽 대표 등을 포함시킨다. 오픈 대회도 아닌데 아마추어를 참가시키는 것도 이상하지만 실력이 한국의 아마추어보다 훨씬 약한 남미 대표를 모든 경비를 들여 초청, 비싼 대국료를 지불하고 대국시킨다는 것도 이상하다.
삼성화재배는 올해부터 또 하나의 파격적인 변화를 꾀했다. 대국료 제도를 폐지하고 상금제를 도입한 것이다. 프로 바둑에 공짜 바둑은 없었다. 대국하면 지든 이기든 대국료를 받는다. 이게 60년 전통이다. 그러나 삼성화재배는 올해 256강부터 대국료 대신 상금을 지급하기로 정했다. 매판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순위에 합당한 상금만 받고 256강에 들지 못한 39명은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숙박비도 챙기지 못할 수 있는 삼성화재배에 올해도 100명이 넘는 외국 기사가 몰려들었다. 정상급 대신 젊은 남녀로 구성된 일본 선수단은 대회가 끝나면 삼삼오오 한국 관광을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대회는 27일 시작됐으며 8월3일 끝난다.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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