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19.12.16 (월)

HOME > 기획 > 교양 > 그림과날씨

소설(小雪)과 겨울나기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사입력 2001. 11. 25   00:00 최종수정 2013. 01. 04   23:31

그림에서 날씨를 본다

“소설(小雪)이 되면 하늘의 기운(天氣)은 위로 올라가고 땅의 기운(地氣)이 온 땅을 덮으면서 비로소 겨울이 시작된단다.” 할아버지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때까지 푸르고 높기만 하던 가을 하늘이 잿빛 구름에 가려 검고 낮아 보였다. 이때쯤이면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제법 춥게 느껴지지만, 낮에는 아직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어 남도에서는 소춘(小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림은 중앙대 미대 출신 지영섭 씨가 `24절기전'에 출품했던 `소설(小雪)'이다.
 그는 전통의 한지 위에 토분(土粉·한강에서 땅을 깊숙이 파면 나오는 고운 모래)을 깔고 분채(粉彩·진흙에서 색의 원료를 추출하는 것)와 안료를 섞어 붙여 그림을 완성해 간다. 작가는 이토록 복잡하고 힘든 작업을 적게는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씩이나 반복함으로써 실제와 거의 같은 자연색을 만들어낸다. 혼(魂)을 실어 작업한다는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보통의 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작업이리라.

그림에는 어느 고즈넉한 개울의 살얼음 잡힌 풍경이 소설의 계절적 특성으로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개울물에 잠겨 다소곳이 누워있는 낙엽을 감싸안듯 살얼음이 살포시 얼어 있다.
 소설 무렵의 추위는 그리 심하지 않고, 눈을 기대하기에도 강원도 산간지방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김장과 난방 등 겨울나기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무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 치고/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시래기를 엮어 매달거나 무말랭이, 호박오가리를 거둬들이며 흥얼대던 어릴 적 고향의 정겨운 가락이 소설 그대로의 풍경이다. 그 고향에 가고 싶다.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자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