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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달빛에 젖어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사입력 2001. 11. 11   00:00 최종수정 2013. 01. 04   23:31

그림에서 날씨를 본다

안개는 시인에 의해 가장 신비로운 은유(隱喩)의 상징이 된다. “언제나 안개가 짙은/안개의 나라에는/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어떤 일이 일어나도/안개 때문에/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보려고 하지 말고/들어야 한다.”(김광규의 시 `안개의 나라' 중)

안개의 나라에서 시인은 듣는 것만으로도 모든 대상을 느끼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혼돈과 불확실이라는 시대의 안개 속에서 자꾸만 더듬거린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오감을 동원해 확인해야만 비로소 안심한다.

그림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정보영이 `일기예보전'에 출품했던 `안개낀 도시의 달빛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이 어렵다고 한다. 강한 시각성을 띤 이미지들의 알레고리가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더 깊은 사유를 요구하기 때문에 도통 읽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그림도 언뜻 보기에는 그저 걸어놓기 좋은 풍경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림의 오른쪽을 보면 거의 식별할 수 없을 정도의 사이즈와 톤으로 두 인물(수도승과 기사)의 `살인 사건'이 그려져 있다. 이 사건을 발견한 순간 사람들은 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당혹감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조그마한 선 하나 하나에도 섬세하고 밀도감 있는 터치를 가한 작가의 공력은 혼(魂)을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심리학자들이 분석한 달빛의 이미지는 사랑이나 낭만과 같은 아름다운 이미지가 아니라 놀랍게도 살인의 이미지라고 한다. 우리 인체의 70%에는 소금 성분이 있어 바닷물과 마찬가지로 달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바이오타이드' 이론도 있다. 그래서 보름달이 뜨는 밤에 교통사고와 폭행, 살인사건 등 우발성 범죄가 많다는 것이다.
 
문호 셰익스피어가 `오셀로'에서 “아아, 달의 탓이다. 달 때문에 사람들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외친 것도 달빛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공군73기상전대 중앙기상부장 반기성 대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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