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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패배 돌아보지 않는 자는 언젠가 같은 이유로 다시 패배

최근영 공군방공관제사령관 - 『왜 일본 제국은 실패하였는가?』
2018. 04. 11   16:00 입력 | 2018. 04. 11   16:15 수정

일본군, 태평양전쟁 이전까지

패배 몰라 변화 안 받아들여

구시대적 백병총검돌격 등 고집

연공서열 등 조직혁신에도 실패 

 

‘왜 졌는가’에 대한 치열한 반성은

곧 승리로 가는 ‘확실한 열쇠’

 

생도 시절부터 독서 즐겨

공사신문 기자 하며 글 쓰기도

 

전 부대 1년에 2번 방문 목표

주로 병사들과 책 주제 간담회

 




실패한 전쟁, 이유가 있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이전까지 패배를 몰랐습니다. 이는 인맥 중심의 조직구조와 연공서열 인사체계 등 조직혁신의 실패로 이어졌죠. 또한 일본군은 세이난 전쟁과 청일전쟁을 통해 우월한 화력이 승리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구시대적인 백병총검돌격, 함대결전사상을 고집했습니다. 시대와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이런 자기 오류는 오늘날에도 반복됩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실패의 교훈은 오늘날 국방개혁 2.0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인 우리 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 사령관은 추천도서를 소개하며 ‘역사는 반복된다(History repeats itself)’는 사실을 강조했다. 과거의 패배를 돌아보지 않는 자는 언젠가 같은 이유로 다시 패배하게 된다는 것.

“실패한 전쟁은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책은 패전의 역사에 사회과학적 분석의 메스를 들이댄 선구적인 연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모든 패배는 반드시 교훈을 남깁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오늘날 같은 패배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이 우리 군의 책무입니다.”

최 사령관이 패전을 다룬 책을 추천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승전에 관한 분석과 관련 서적은 많지만,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책은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 읽은 에릭 두르슈미트의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정도가 기억나네요. 과거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교훈을 도출하는 것은 곧 전쟁을 대비하는 일과 같습니다. ‘왜 졌는가’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분석은 승리로 가는 열쇠입니다. 패전의 교훈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전사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효율적 독서, 전장의 응용력 키운다

고교 시절 속독법을 익혀 보통 사람보다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최 사령관. 그는 과거 수백 권의 장서를 보유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1년에 많을 때는 60여 권의 책을 읽는다.

특히 선호하는 장르는 전사와 역사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전사, 역사 관련 독서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큰 흐름으로 보는 통찰력을 기르고, 위국헌신·진충보국의 삶을 추구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전쟁은 상대적이기에 다양한 직간접 경험이 필요한데, 독서는 전쟁터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과 전략·전술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수학 공부로 따지면 공식 암기가 아닌 응용문제 풀이와 같죠.”

최 사령관은 생도 시절 공사신문 기자로 활약하며 글쓰기와 독서를 즐겼다. 그러나 이후 KF-16 전투조종사, 20전투비행단장, 북부전투사령관(현 공중기동정찰사령관), 합동군사대 총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책 읽을 짬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최 사령관은 보다 효율적인 독서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읽고 싶은 책의 분량과 개인 일정을 고려해 독서시간을 계획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좋은 책을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죠. 저 역시 제목과 광고만 보고 책을 골랐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는 독서카페나 SNS를 통해 양서에 대한 리뷰를 충분히 검토한 뒤 읽을 책을 선택합니다. 매주 국방일보 ‘장군의 서재’ 기획도 좋은 책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Leader는 Reader, 책으로 소통하라

최 사령관은 “책은 지식의 보고”라며 ‘독서하는 리더’의 자세를 강조했다.

“모두가 불리하다고 했던 미국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북 베트남 ‘보 구엔 지압’ 장군을 다룬 『3불 전략』(이병주 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는 군사학교 출신이 아닌 고등학교 역사교사 출신으로, 많은 독서를 통해 얻은 역사적·인문학적 혜안을 바탕으로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좋은 리더(Leader)는 책 읽는 리더(Reader)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죠. 장군은 ‘티끌만 한 영광에 태산 같은 짐을 진 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휘관이자 결심권자로서 묘수보다는 악수를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대관세찰(大觀細察)의 통찰력을 근간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인정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런 지혜와 역량, 결단력의 근간이 바로 독서죠.”

최 사령관은 엄격한 동시에 따뜻한 정이 있는 아버지 같은 지휘관이 되고자 노력한다. 집안의 외아들로서 조종사 시절부터 유독 격오지 근무가 많았던 최 사령관은 전군에서 가장 험난한 산간·도서 지역에 산재한 관제부대 장병들의 고충을 잘 안다.

최 사령관은 일 년에 전 부대를 두 번 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 달에 두세 번 예하 관제부대를 직접 찾아가 장병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때 최 사령관의 손에는 꼭 책이 들려 있다. “보통 도서관에서 병사들과 만나 좋아하는 책을 주제로 간담회를 시작합니다. 책이 일종의 ‘소통의 도구’가 되는 셈이죠. 앞으로도 장군은 대우받고 누리는 직위가 아닌, 봉사하는 직위라는 신념으로, 우리 군과 장병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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