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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을 보여준 멘토… 내 안의 ‘비상의 힘’ 불러내다

<25> 육군31사단 이순신연대 해안소초 정재민 병장
2018. 10. 08   17:07 입력 | 2018. 10. 09   13:24 수정

아이디어 뱅크이자 자기계발 대표주자‘

부대발전’ 공모에 지금까지 200여 개 제안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열정적 모습에 감명

전역 후 부대 바비큐장 조성 기부 목표도

 

 

정재민 병장이 본인이 직접 개발한 CCTV 도식 지원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다. 정 병장은 입대 전 실의에 빠졌던 자신에게 재기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 군과 함께 발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육군31사단 이순신연대 해안소초에서 복무 중인 정재민 병장은 입대 전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날개가 부러지는 경험을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고등학생 대상 수학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정 병장은 본격적인 문제집 출판과 교육 사업까지 추진했으나, 함께 일을 하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목표가 좌절된 것은 물론 큰 경제적 손실까지 입고 말았다. 그런 정 병장에게 군대는 다친 날개를 치료하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힘을 기르는 재기의 장이 됐다.



“처음 입대했을 때는 시간이나 때우다 전역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중대장님과 행정보급관님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죠.”

육군31사단 이순신연대 해안소초에서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정재민 병장은 부대의 아이디어 뱅크이자 자기계발의 대표주자다.

정 병장은 이지승(대위) 중대장이 추진하는 부대발전 아이디어 공모에 지금까지 200여 개의 제안을 내놔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과 함께 전우들의 편의와 복지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2017년 전반기 연대의무집체교육 1등과 해안소초 투입 전 교육 1등을 달성하는 등 임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멘사 코리아 입단 테스트 만점과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 취득 등 눈에 띄는 자기계발 성과도 달성했다.



경계감시 지원 프로그램 직접 개발

정 병장의 대표적인 공적은 해안감시 CCTV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을 때 그 위치를 지도상에 빠르게 표시해주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은 이상 징후 발생 지점을 지도에 표시하는 데 1~2분이 걸렸습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지도에 표시되기도 전에 적들이 다 도망치죠. 그래서 소프트웨어공학 전공을 살려서 직접 도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군이 사용하는 PC는 당연히 보안 규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 개발 툴(Tool)을 설치·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 병장은 윈도 운영체제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메모장’에 코드를 작성하는 고전적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 병장이 일과시간 이후 개인 시간을 쪼개 2주간 만든 프로그램은 기존의 도식 생성 시간을 3초로 크게 줄였다.

그가 복무 중인 부대는 1998년 적의 반잠수정 침투 기도를 빠르게 발견해 좌절시킨 역사를 갖고 있다. 정 병장의 도식 프로그램 개발은 부대가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대장님이 늘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시면서, 병사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모두 피드백을 해주십니다. 힘 닿는 데까지 모두 실현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늘 보여주시고요. 그래서 저도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겁니다.”

실제 부대 게시판에서 병사들의 아이디어에 중대장이 답하는 ‘중대장 애로 및 건의 사항 종합 결과’를 찾아볼 수 있었다. ‘위병소 선풍기 비치 희망’이란 요구에 ‘예산문제로 지연되고 있음. 미안하게 생각함’이라는 살뜰한 답변이 눈에 띄었다.

정재민(오른쪽) 병장이 이지승(대위) 중대장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정 병장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이 중대장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꿈을 다시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실의에 빠질 당시 몸무게 116㎏→88㎏으로 폭풍 감량

정재민 병장이 입대 초부터 이렇게 우수한 자원은 아니었다.

친지의 배신으로 가세가 기운 뒤, 정 병장은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다. 과외와 수학문제 출제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누나의 학비까지 보탰다.

그러던 중 본격적인 수학교육 창업과 문제집 출판을 위해 시작했던 사업이 두 친구의 잇따른 배신으로 좌절되면서, 정 병장은 실의의 나날을 보냈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개월 동안 두문불출하다 겨우 마음을 돌리고 집 밖에 처음 나온 날 교통사고까지 당했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변화를 위해 입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군대에서 정 병장이 마음을 다잡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이지승 중대장과 김종선(상사) 행정보급관이다. 부대 사정으로 간부 숫자가 정원의 절반밖에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2~3인분의 일을 맡아서 열정적으로 해내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것.

“작은 해안 소초이다보니 많은 병사가 넓은 곳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에 중대장님이 바쁜 업무 와중에도 차로 여수 일대를 싹 다 돌아보시고는 교회 수련장을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때 진정 열심히 사는 그런 모습을 본받기로 결심했죠.”

이후 정 병장은 먼저 실의에 빠져 116㎏까지 늘어났던 체중을 혹독한 체력단련으로 28㎏이나 감량, 88㎏으로 만들었다.

수학 교육계의 거성으로 다시 일어나기 위한 노력도 재개했다. 군 복무 중 150여 개의 수학문제를 만들어냈으며, 이를 출판하기 위한 1차 관문도 통과해 내후년 1월경에는 정 병장의 강의명 ‘우주설’이 걸린 문제집이 시중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예전에는 문제 출제를 위해 책상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고민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 생활을 하면서 임무에 집중하는 중에도 문득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는 걸 체험했습니다. 또 부대에서 자기계발을 하는 장병들을 위해 학습전용 PC 등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제공해준 것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노하우·개선 내용 후임들에게 교육…높아진 부대 위상

이지승 중대장은 정재민 병장 덕분에 부대가 굉장히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병장은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할 뿐만 아니라 부대가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건의하는 인원입니다. 또 전역을 앞두고 자신이 습득한 노하우와 개선한 내용을 후임들에게 교육하면서 높아진 부대의 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에 감명받고 있습니다.”

현재 정 병장의 가장 큰 목표는 전역 후 3년 내에 크게 성공해 부대 건물 옥상에 바비큐장을 조성할 비용을 기부하는 것이다.

“군대에서의 자기계발은 20대에 노력의 가치를 배우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전역할 때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전우가 자기계발에 동참하길 바랍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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