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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軍에서 배운 노하우 덕… 의인 칭호는 과분”

한강에서 자살 시도 여성 구조해 ‘의인상’ 받은 국방부 정보본부 김용우 해군 중령
2018. 09. 10   17:45 입력 | 2018. 09. 10   17:58 수정

퇴근길에 본 긴박한 현장

그날은 ‘가족사랑의 날’이라

조금 일찍 퇴근해 조깅하던 중

사람들 ‘다급한 소리’ 들려

상황 판단하고 구명환부터 찾아

익사 직전 여성 극적으로 구조

 

실전 같은 훈련 몸에 밴 게 비결

중위 시절 SSU에서 3년 근무

교육대장까지 해 구조는 자신

유사시 잠수함 탈출 훈련도 도움

현재 국방관리사 자격증 공부

전역 후에도 더 많은 생명 구할 것

 

한강에서 자살하려는 40대 여성을 구해  ‘의인’으로 불리는 김용우 해군 중령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사실 저는 제가 의인(義人)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많이 생각해봤거든요. ‘과연 내가 의인일까? 내가 한 행동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여러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세상에는 많은 의인이 있다’였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국군 장병 모두가 의인 아닐까요?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라도 저와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의인’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단순히 겸손이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확고한 생각을 전하는 어조에서는 ‘같은 상황이 또 찾아오더라도 주저 없이 선행을 할 것’이라는 신념이 느껴졌다.

국방부 정보본부에서 근무하는 김용우 해군중령은 최근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40대 여성을 구한 뒤 ‘한강 의인’으로 불리고 있다.

11일에는 LG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의인상’을 받는다. 누구나 그 당위성을 알고 있지만 선뜻 실천하지 못하는 의로운 행동을 한 김 중령에게 모두가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그는 전혀 다른 곳에 공을 돌리고 있었다. 지난 7일 국방일보 사무실에서 만난 김 중령에게 사고 당시의 상황과 ‘의인’ 선정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침 그날은 국방부가 한 달에 한 번 시행하는 ‘가족사랑의 날’이라 조금 일찍 퇴근했습니다. 평소 퇴근 뒤에는 조깅을 했는데 날씨도 좋고 해서 조금 더 달리고 있었죠. 한참 가다 보니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여성분이 한강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더라고요.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됐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본 김 중령의 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고 한다. 물속에서 단련된 해군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김 중령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구명환을 찾는 것. 평소 조깅을 하면서 구명환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분을 잠시 멈춰 세우고 휴대전화와 선글라스를 담보로 맡긴 뒤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200m 정도 달렸을까요? 너무 급하게 페달을 밟다 보니 체인이 빠지더군요. 일단 내려서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니 구명환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들고 또 현장까지 달리기 시작했죠. 나중에 보니 꽤 먼 거리였는데 당시에는 1초 만에 돌아온 것처럼 느껴질 만큼 정신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중령은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막상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가장 걸림돌이 됐던 것은 한강의 갯벌이었다. 그는 “물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지만 뻘 속에 발을 담그는 순간 조금 당황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군인에게는 물러섬이 없는 법. 김 중령은 “군인은 환경이 나쁘다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여성분에게 접근했습니다. 구조를 하다 보면 구조자와 피구조자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특히 죽으려고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섣불리 접촉하면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처까지 간 뒤에 구명환을 건네면서 ‘힘내십시오!’, ‘잡으십시오!’라고 말하며 마음을 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여성분이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결국 구명환을 잡으시더군요. 삶의 끈을 놓지 않은 것에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 중령은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로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사고자를 꼽았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행동은 냉철해 보일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아무리 해군이라고 하더라도 긴박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 정확하게, 교범대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 상황 판단이 가능했을까? 김 중령은 “28년 동안 군에서 배운 노하우가 비결”이라는 답을 했다.

“중위 때인 1991년부터 해난구조대(SSU)에서 3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 교육대장까지 하면서 구조가 몸에 익었죠. 1996년에는 잠수함 장교로 복무하면서 실전적인 훈련을 계속했습니다. 잠수함 훈련 가운데는 유사시 바닷속을 빠져나오는 탈출 훈련도 있거든요. 항상 긴박한 상황에서 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른 조치를 숙달했습니다. 2010년에는 전술훈련 대대장을 하면서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고요. 그런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여성을 구하고 뭍으로 나온 김 중령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주변에서는 “영웅이다!”라는 찬사도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해군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떴다. 왜 그랬을까? 김 중령은 “내가 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알리지 않고 떠나려고 했지만 경찰에 진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신원을 알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선행이 알려진 뒤 많은 이에게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쑥스럽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중에 현장을 다시 가보니 그제야 좀 어렵기는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군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은 변치 않았습니다. 이후 많이 반추해봤는데 결론은 ‘나는 의인이 아니다’였습니다. 오히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현장에서 복무하고 있는 전우들이 진정한 의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김 중령은 현재 국방관리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전역 후에도 안전 관련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마음가짐도 잊지 않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를 하면서 관리를 잘못 해서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일도 그동안 내가 익힌 교육과 훈련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죠. 앞으로 제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습니다. 물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겠죠?” 인터뷰를 정리하고 일어서는 의인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 현재에 대한 믿음이 담긴 미소가 가득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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