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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기획/연재 > 완결 >DMZ 식물 155마일

봄의 끝을 잡고…덩굴서 피어난 상앗빛 꽃송이

<68> 큰꽃으아리
2018. 05. 30   16:54 입력



숲 가장자리서 자라는 덩굴성 나무

5~6월 개화, 9~10월경 열매 맺어
한방선 ‘철선련’이란 약으로 사용
통풍·중풍·황달·이뇨 등에 효과


5월의 막바지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계절이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봄의 기운들이 아직 산재하지만 이미 한낮에는 여름을 느끼게도 되네요. DMZ 지역은 봄이 늦게 찾아오기에 마지막까지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사실 기후 변화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예전보다 봄이 훨씬 짧아진 듯도 하고, 달력처럼 예측이 가능하던 꽃 피는 시기도 당황스럽게 뒤죽박죽이 됐지만, 숲속의 식물들은 어느새 그 혼란을 극복하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예전의 질서를 점차 회복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큰꽃으아리는 바로 이즈음 피기 시작합니다. 숲 가에서 다른 식물들과 적절하게 얽혀가며 꽃을 피워내는데 꽃이 너무 큼직하고 탐스러우며 아름다워서 우리에게 이런 꽃이 있었나? 왜 아직 몰랐지? 싶을 정도입니다. 숲에서 만난 큰꽃으아리는 분명 감동입니다.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이 꽃나무는 낙엽이 지는 덩굴성 식물입니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는데 아주 우거진 숲도 아니고 그렇다고 척박한 산등성이도 아닌, 좋은 숲의 가장자리 정도에 자랍니다.

이 식물의 가장 멋진 모습은 당연히 꽃입니다. 지금쯤 피기 시작하는 꽃은 지름이 5~10㎝ 정도로 아주 큼직하며 흰색이거나 약간 상앗빛이어서 보기에도 시원하고 아름답지요. 사실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종류들은 꽃잎과 꽃받침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그리 부르지 않고 그냥 화피(花被)라고 합니다. 큰꽃으아리는 이 화피가 6~8장으로 비교적 많이 달리고 그 끝이 뾰족해 개성 있는 모양을 만들지요. 안쪽에서는 여러 개의 꽃밥이 납작해진 수술과 끝 부분에 털이 달린 암술도 엿볼 수 있고요.


가을에 익는 열매 또한 기품이 있습니다. 갈색 털이 가득한 긴 암술대가 그대로 남은 채 둥글게 모여 달려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할미꽃의 열매를 연상시키지요. 할미꽃과 큰꽃으아리는 자라는 모습이나 키, 꽃의 색깔들이 전혀 다르고, 하나는 풀, 하나는 나무로 분류될 만큼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같은 과(科)에 속하는 식물들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비슷한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게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답니다.

큰꽃으아리는 전자연(轉子蓮)이라고도 하고 지방에 따라서는 개미머리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꽃을 보아도, 덩굴에 잎 달린 모습을 보아도 개미머리에서 연상되는 왜소함은 없습니다. 그리 부르게 된 이유가 있을 터인데 아직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영어로는 라일락 클레마티스(Lilac Clematis)인데 라일락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기 때문이겠지요.

한방에서는 철선련(鐵線蓮)이라 하여 약으로 썼는데 이뇨·통경 작용을 하며 통풍·중풍·황달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많은 사람이 큰꽃으아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관상적인 가치 때문입니다. 도시에는 식물을 심을 만한 곳도 별로 없고, 있어도 비싼 땅에 식물을 심는 일은 드문 모양입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회색의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자연에 대한 동경은 날로 커지게 되지요.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덩굴성 식물들입니다. 구조물이나 담, 벽을 타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들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아주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또 큰꽃으아리처럼 꽃이 특별히 아름답고 풍성한 덩굴식물들은 분에 담아 지지대로 모양을 만들며 키우므로 정형화된 모양을 하고 있는 기존의 나무들에 비해 훨씬 다양한 모양을 구사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미 큰꽃으아리가 속한 집안 클레마티스(Clematis)란 이름으로 다양한 색깔의 품종들이 개발돼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를 들여와 심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으아리나 사위질빵 같은 식물들도 모두 훌륭한 한 집안 식물들이지만 그중에서도 큰꽃으아리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꽃을 가진 우리 꽃입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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