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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헌팅, 상대 여성도 속으론 ‘好好~’

<34> 길에서 전화번호 물어보면 좋아할까요?
2018. 06. 14   16:40 입력

‘길거리 헌팅’ 외적 매력 인정받은 기분, 자랑거리로

한국 사람들 “25% 정도만 낯선 사람 신뢰”

처음 연락처 물을 때 학생증·명함 등 보여주면 신뢰감↑

 




버스정류장,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길에서 보고 반한 사람.

러브스토리로 들으면 꽤 낭만적이지만, 그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길거리 헌팅’이 필요하다. 길에서 낯선 사람에게 뜬금 없이 말을 걸며 연락처를 물어봐야 한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처를 물어보면 상대방은 어떨까? 좋아할까?

99%는 좋아한다. 적어도 기분이 좋은 것은 확실하다.

길에서 누군가 연락처를 물어봤다는 것은 길에서 처음 보고 반할 정도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은 것이다. 그래서 길거리 헌팅을 당한 것은 자랑거리가 된다.

“나 오늘 ○○역에서 친구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갑자기 휴대폰을 빌려 달라는 거야. 친구랑 만나기로 했는데, 배터리가 나갔대. 보니까 이상한 사람 같지 않길래 빌려줬거든. 그랬더니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거지. 사실은 친구 기다리면서 서 있다가 나를 보고 반했대.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내 전화번호 따려고 그런 거야.”

이 긴 문장에서 요점은 ‘나를 보고 반했대’이다. 종종 여기에 “내가 그날 꼴이 정말 엉망이었거든 그런데도…”가 추가되기도 한다. 자랑거리이자, 외적 매력을 인정받은 행복한 경험인 셈이다. 즉, 길에서 낯선 사람이 연락처를 물으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낯선 사람이 매력적이라며 연락처를 물어본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일종의 ‘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에 연락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연락처를 물어봤다는 것까지는 칭찬이자 인정이라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 뒤로 연락하는 것은 심경이 엇갈렸다.

먼저 전혀 자기 스타일이 아니거나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대상에게는 연락처 자체를 주지 않았다. 앞서 사례처럼 전화기를 빌려 달라고 하고 자기 전화기로 전화를 해서 번호를 가져간 경우라 해도 ‘차단’을 해 버렸다.

이와 달리 연락처를 물어본 사람에게 약간이라도 호감이 가거나, 현재 사귀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연락을 주고받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서로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다 보니, 상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길거리 헌팅을 당한 쪽은 의심이 많았다. 혹시 상대가 습관적으로 길거리 헌팅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지 의심했고, 종교를 전도한다든지 사기를 친다는지 하는 나쁜 목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혹시 픽업 아티스트(이성의 관심을 끌고 유혹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인가 그런 건가? 그거 교육받는 사람들이 연습 삼아 길거리 헌팅 해 본다던데,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추가됐다.

특히 상대방이 외모가 좋고 괜찮다고 느껴질수록 ‘왜 저런 사람이 나한테 반했지?’라며 의심이 커졌다.

낯선 사람에 대한 당연한 경계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도 볼 수 있다. 199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신뢰에 대해 정의하며, 신뢰의 범위가 가족이나 혈연으로 한정이 되는 나라는 ‘저(低)신뢰사회’라 보고, 혈연이 아니더라도 공통 관심사가 있는 공동체를 신뢰하는 나라는 ‘고(高)신뢰사회’라고 보았다.

미국·일본·독일은 고신뢰사회로 분류되었고, 한국·중국·프랑스는 대표적 저신뢰사회로 분류됐다.

약 10년 후인 2014년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도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75%가량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대다수를 믿을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한국 사람들은 25% 정도만이 믿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즉, 우리는 혈족이 아닌 남을 잘 믿지 않고, “낯선 사람을 조심해라” “처음 보는 사람이 친절하게 굴면 의심하라”고 가르치고 경계하며 살기 때문에, 길에서 매력적인 사람이 말을 걸 때 의심이 앞서는 것 같다. 처음에 연락처를 물을 때 학생증, 신분증, 명함 등을 보여주며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도 상대의 불안을 낮추는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길에서 연락처를 물어서 커플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보다는 높다.

길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마주치는 경험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연락처를 물어볼 ‘용기’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용기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래서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는 걸까?

<최미정 연애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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