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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종교와삶] 4월과 ‘결’

2018. 04. 17   16:45 입력



강원도에 근무할 때 목공예를 잠깐 배운 적이 있었는데, 작품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사포질입니다. 사포질할 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나무의 결을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을 거슬러 직각 방향으로 사포질하면 결이 일어나서 거칠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뭇결, 머릿결, 바람결, 물결, 잠결, 꿈결, 숨결. ‘결’이란 단어는 부드럽게 흐르는 파동과 리듬을 가지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람도 마음이나 성품, 목소리에 각자의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나무를 문지를 때처럼 사람의 결을 헤아리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고대 중국에서는 하늘에 정성을 드리는 제천의식 때 사용하던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었습니다. 술이 일정한 한도 이상 차오르면 새어나가는, 가득함과 넘침을 경계하는 지혜가 담긴 잔입니다.

1700년대 강원도 두메산골에 우삼돌이란 도공이 있었습니다. 질그릇을 구워 파는 삼돌은 도자기로 유명한 분원에서 일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마침내 고향을 떠나 분원으로 가서 지외장의 제자가 됐고, 밥 먹고 잠자는 것도 잊은 피땀 어린 노력 끝에 그가 만든 백자 반상기는 왕실에 진상됐고, 왕은 상금을 내리고 치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스승은 기쁨을 감추지 못해 명옥이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었고, 우명옥은 뛰어난 도공으로서 유명해지고 돈도 엄청 벌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동료들이 어느 날 뱃놀이를 하자고 유혹했습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기녀 한 명에게 명옥의 마음을 사로잡도록 단단히 당부했습니다. 술과 여자를 모르고 일만 하며 살아온 명옥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향락에 빠져 해가 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그는 술과 여자에 취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놀이 나갔던 배가 폭풍우를 만나 뒤집혀 동료들은 모두 빠져 죽고 명옥만 혼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습니다. 그 일을 겪은 후 명옥은 지난날의 교만과 방탕함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다음 날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 백일기도를 드린 뒤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런 지 얼마 후에 명옥은 조그마한 술잔 하나를 스승인 지외장에게 바쳤습니다. 이 잔이 문헌에만 전해 내려오는 것을 우명옥이 만들었고,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임상옥이 소유했던 계영배의 이야기입니다.

세력을 다 쓰지 말라. 복을 다 받지 말라. 법을 다 행하지 말라. 좋은 말을 다 말하지 말라. 중국 법연 스님의 말씀입니다. 또,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것은 더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고 말합니다.

넘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듯 서로에게 스미며, 마음결을 따라 함께하는 따뜻한 재생과 기쁨의 순간이 항상 함께하는 4월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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