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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훈 국방광장] ‘4차 산업혁명’ 담론에 대한 단상

입력 2017. 05.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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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이라는 미래학적 선언이 빠르게 담론화하고 있다. 국방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안보전문가가 말단 병사부터 주요 지휘부까지 네트워크가 연결된 초연결전장에서 드론/UAV 및 각종 센서를 활용해 불확실성이 사라진 미래 NCW(Network-Centric Warfare·네트워크 중심전) 환경을 얘기하고 있다.

기술발달이 군사전략을 선도하는 경향이 갈수록 농후해지고 있는바, 그 방향성을 선도하는 미군(first mover)을 뒤좇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곧 국가의 존폐 내지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한국군도 인구절벽시대에 대비해 병력절감이 불가피하되 그 공백을 신개념·신기술 무기체계와 네트워크 중심의 디지털 정예 강군을 실현함으로써 감당한다는 기조하에 실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쟁은 술(術·Art)과 과학의 양면성을 갖고 있으며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정치적 의지의 상호 충돌이라는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면, ‘4차 산업혁명’의 거대 담론에 가려진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주의하면서 보완해가는 균형된 자세가 필요하다. NCW 구현을 위해서는 초고속·초대용량·초광대역의 통신기반체계, 그중에서도 위성통신체계가 기본이 돼야 한다. 기반 구축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기반을 구축하더라도 초연결 네트워크는 전자전파방해, GPS 주파수 교란, 데이터 해킹, 사이버 테러 등 값싸고 손쉬운 방법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깊은 바닷속과 저수심의 연안, 가파르고 수목이 울창한 산악지형과 같은 자연환경은 여전히 인간이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회색 지대다. 미로와 같은 지하 공동시설, 특히 북한 지역에서 마주쳐야 할 광범위한 지하 갱도 시설 안에서는 통신기반 역량이 차단돼 제 역할을 못 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서 세계 최첨단으로 무장된 미군을 괴롭히며 피해를 준 것은 반군의 첨단무기가 아니었다. 반군세력은 비전투 민간인 속으로 스며들어와 스마트폰 기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포분열식 자생적 조직에 의해 독립된 무장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을 타격했다. 미군의 전쟁 수행방식인 위성과 무장 드론으로 24시간 감시하면서 언제든 초정밀·장사정 유도무기로 핵심시설과 정권수뇌부를 외과수술식으로 제거한다고 해서 위협의 근원이 해결되는가. 굳이 남의 나라 땅에 직접 발을 디뎌야 할(foot-print)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미군은 그런 사상에 경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간의 전쟁은 상대방의 지리적 영토에서 ‘foot-print’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북한은 미국의 현대전 사례를 분석해 비대칭 대응 수단과 방법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강구해 왔음을 간과할 수 없다. 미래에도 여전히 ‘전사(Warrior)’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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