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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영 병영칼럼] 나이가 든다는 건

2018. 10. 11   14:09 입력


 

2018년도 어느덧 4분기에 접어들었다. 고로 난 곧 한 살 더 먹는다. 30대 후반이 되니, 나이 먹는 거에 대해 제법 덤덤해졌다. 물론 40대에 접어들 때 또 한 번 정신적 폭풍이 휘몰아치겠지만, 아직은 서른일곱이나 서른여덟이나, 엎어치나 메어치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오~ 나도 이제 옛날 사람~’ ‘아~ 나도 이제 나이 들었구나~’라는 걸 문득문득 실감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인터넷 회원가입 절차에서 나이를 입력해야 하는데 내가 태어난 연도를 찾기 위해 스크롤을 끝도 없이 올려야 할 때.

앳된 친구들이 와서 “저는 몇 년도 생인데요”라고 하면, “와, 나는 ○○학번인데”라며 케케묵은 학번을 먼저 들이댈 때, 그러고는 그 친구들에게 “와, 어려서 좋겠다. 진짜 좋을~~~ 때다”라며 갑자기 맥락도 없이 아련해질 때.

훈훈한 외모의 남자 연예인을 보고 ‘아~ 저런 남자친구가 있으면 매일 설레겠다’ 이런 가능성을 상상해 보기에 앞서 ‘오~ 뉘 집 아들인지… 저런 아들 하나 있으면 참으로 축복이겠다’ 이런 생각이 본능적으로 스칠 때!

몸에 좋은 것이 있다고 하면 잽싸게 효능을 알아보고, ‘어머 이건 사야 해’ 나도 모르게 건강식품을 살뜰하게 챙겨 먹고 있을 때!

미래의 꿈이나 계획의 설계보다 추억 이야기에 행복해하고 집착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나이 들었음에 대한 징후는 정말 수도 없이 많지만, ‘세월이라는 것이 참 무섭구나’ 하는 것이 직접 마음 깊이 와닿는 순간은 바로 내 주변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있음을 목격했을 때다.

언제부터였을까? 환하게 웃는 부모님을 보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저릿할 때가 있다.

그들의 미소는 더 이상 젊고 싱그러운 미소가 아니다. 깊게 패어 버린 주름 때문인지, 하얗게 새어가는 머리 때문인지, 굽어 버린 허리 때문인지. 부모님을 떠올리면 씁쓸하고 짠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래도 여전히 부모님 앞에서는 철없는 자식일 뿐이지만 말이다.

부모님뿐만이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볼 때도 가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 겉모습만 그럴 뿐이지, 마주 보고 몇 시간만 떠들다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얘기를 꺼내게 된다. “야! 근데 우린 어쩜, 나이가 들어도 똑같냐? 이렇게!”

그렇다. 나이가 들어보면 다들 알게 되겠지만, 한 해 한 해 먹게 되는 실질적인 내 나이에 비해 마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여전히 두려운 것도 많고, 여전히 설레고 싶고, 여전히 꿈을 좇고 싶지만, 단지 어른이라는 무게 때문에 나를 단단히 조이고 살다가 조금만 느슨해지면 가끔, 내 마음속 어린아이가 소환되어 오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내 곁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며 나의 젊고 싱싱했던 시절을 기억해주고 공유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순간순간 늙지 않은 채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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