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누구에게나 동등한 시간의 가치

입력 2018. 04. 11   16:12
0 댓글



지난해 우연히 진중문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었다. 이색적인 느낌의 제목 때문에 표지를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자의적 외톨이인 ‘나’와 생기 있고 인기 많은 여고생 사쿠라의 만남부터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시한부 삶을 사는 사쿠라를 통해 인상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췌장의 병을 앓고 있는 나의 시간도, 평범한 너의 시간도 가치는 같아.” 이 글에서 시간의 가치를 두 가지 기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시간의 가치는 절대적으로 동등하다. 그 가치의 우위는 주관적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 것뿐이다.

둘째, 시간은 불확실성, 즉 개연성이라는 속성을 가진다. 당장 5분 뒤도 모르기 때문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과 일반인의 시간의 가치 또한 같다.

책 속에서 사쿠라의 죽음도 예견된 췌장의 병 때문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으로 발생한 것처럼.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한 이 글은 결국 모두의 시간의 가치는 동등하기에 모두에게 존귀하고, 고귀하다는 의미로 일맥상통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시간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고정관념을 갖게 된 계기는 나 자신이 자연스레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갑부들의 1초와 나의 1초는 경제적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나의 고정관념이 만든 주관적 판단이었다. 오직 시간의 가치 중 경제적인 부문에만 초점을 두고 인식해 자신을 깎아내린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달려오기만 한 군 생활을 반성했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고 남은 시간은 더 뜻깊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군 생활 또한 우연이 아닌 나의 선택으로 입대한 것인 만큼 현재의 시간은 소중하며 이 시간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