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복지단 혜택가 서비스 AtoZ <하> 육군15사단 정비대대, 휴대폰 복지서비스
# 일과시간 이후 충성마트에 들른 육군15사단 정비대대 이영근(23) 병장은 스마트폰을 대여한 뒤 독서카페에 들러 자신의 휴대폰을 사용했다. 이 병장이 휴대폰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카카오톡 가족 단체방에 글을 남기는 것. 20초가 안돼 회사에서 근무 중인 아버지가 안부를 물어왔다. 조금 뒤 큰누나도 채팅에 참여해 지난 주말 찍은 사촌 형의 결혼식 사진을 올리며 대화를 나눴다.
#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용준(22) 상병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팬이다. 최 상병은 페이스북을 통해 야구 동영상을 다시 보며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최 상병은 또한 대학 후배의 연애소식도 페이스북에서 접하며 주말을 즐겁게 보냈다.
군 문화가 소통의 문화로 바뀌고 있다. 간부와 병사는 물론 부대와 사회가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 소통의 한쪽에서 스마트폰이 든든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국군복지단이 국군장병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병 휴대폰 대여서비스’가 소통의 중심에 서 있는 것.
지난해 8월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권고한 것을 국방부가 받아들이면서 병영문화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업자로 선정된 A사는 국군복지단과 계약을 맺고 지난 6월부터 1야전군사령부 예하부대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지난 10월 7일 기준, 가입자 수는 8700여 명으로 장병들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만족도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장병 휴대폰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육군15사단을 지난 8일 찾아가 ‘소통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 일과 후 친구와 ‘카톡’
일과를 끝낸 장병들이 충성마트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복지지원병이 휴대폰 거치대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하나 꺼냈다. 병사들은 물건을 사듯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섰다. 복지지원병이 복지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휴대폰 바코드로 인식, 사용할 휴대폰을 등록했다. 장병들은 가지고 있던 개인 유심(USIM)칩을 꽂고 개인 전화번호가 부여된 휴대폰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김태민(22) 상병은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대학교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있는 술자리를 카톡으로 보내줬다. 친구들이 휴가 나왔냐고 묻길래 부대라고 했더니 안 믿더라”고 말했다.
15사단 정비대대에는 브라이트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병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장병들은 일과시간 이후인 평일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장소는 한정돼 있다. 소형 기지국 개념인 AP가 설치된 충성마트나 간부식당, 독서카페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장소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기능이 정지된다. 외출이나 외박, 휴가 때와 같은 영외 사용 시에는 일반 스마트폰과 같은 기능을 한다.
● 절대 뚫을 수 없는 ‘보안’ 장치
스마트폰 사용에서 부대 지휘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당연히 ‘보안’이다.
이 점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보안 부분을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고려했다”며 “아직까지 많은 지휘관이 이부분을 가장 염려하지만 전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단말기는 카메라 등 민감한 기능 사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A사가 5년간 연구개발한 모바일기기관리(MDM) 보안시스템을 탑재해 통화와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군에 위해요소가 없는 기능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MDM은 우리 군의 보안검증 기관인 기무사령부, 국방정보본부 보안정책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의 검증을 통과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부대 규모에 따라 10~20대의 스마트폰을 마트에 비치해 놓는다. 필요한 시간 또는 휴가·외박 기간 동안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장병들이 사용하기에 합리적인 가격일까.
휴대폰에는 기본료도 없고, 대여료도 없다. 통화료는 초당 1.98원이다. 유심도 개인당 1개씩 무료로 준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마트에서 1만·2만·3만 원 단위로 선불요금을 충전할 수 있다.
배문재(21) 일병은 “일반 공중전화로 통화할 때는 줄을 서야 하고, 뒷사람을 위해 빨리 끊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며 “휴대폰을 사용하니 마음이 편해졌고, 통화료도 30~40% 이상 저렴한 것 같아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아들의 안부를 자주 접할 수 있어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부대개방 행사에 참여한 임규빈(22) 상병의 아버지 임종범(49·충남 공주시) 씨는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로 최전방에 있는 아들이 너무 걱정됐다”며 “당시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됐지만 이후 카톡이나 휴대폰으로 자주 전화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처음 휴대폰을 구동할 때 보안시스템 MDM으로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점.
염정호(22) 일병은 “휴대폰을 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지만 우리 병사들에겐 스마트폰을 쓴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요, 즐거움”이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앱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사는 향후 GOP 등 격오지까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장병 편의를 위한 캐치콜 서비스(부재중 알림)와 요금제 개선 등은 물론 음악과 영화, 대학 강의 등을 휴대폰 앱과 연결해 장병들의 다양한 문화·교육콘텐츠 요구를 해소해줄 계획이다.
최현용(중령) 정비대대장은 “부대에서 휴대폰 서비스를 사용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다. 장병들이 부모님과 긴 시간 여유롭게 대화하고, SNS 등 친구소식을 접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면서 “휴대폰으로 각자의 공간이 생겨 폐쇄적인 분위기가 분산돼 오히려 훈련에 더 집중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밝혔다.
A사 오근영 군복지사업본부장은 “앞으로 장병들의 여가와 자기계발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탑재하는 등 휴대폰 대여서비스 폭을 넓혀 양과 질적인 면을 모두 충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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