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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가을 각시, 보고 있어도 보고 싶네

기사 게시 일시 : 2017-09-14 16:20

<35> 각시취

국화과 두해살이풀… 잎에 털 있어 ‘참솜나물’

꽃 색깔 보라에서 연한 자줏빛·분홍까지 다양

어린잎 나물로 먹고 전체 말려 관절염에 처방

아름답고 개화 기간 길어 꽃꽂이 소재로 제격

 

 

 


이름만 들어도 행복한 꽃이 있습니다. 사실 ‘꽃’ 그 자체를 생각해 보는 일만으로도 때론 위로를 받고 행복해질 수 있지요. 김춘수 선생님의 ‘꽃’이라는 시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라고 씁니다. 서로를 불러주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며 그래서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사람도 꽃들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그 간절한 마음을 이름에도 모습에도 담고 있는 꽃이 있는데 바로 각시취입니다. 왜냐고요? 사랑하는 각시는 행복한 존재이고, ‘취’는 식용 가능한 나물이어서 먹을 수 있어 또 행복하니 말입니다. 가을이 오고 있는 산자락에서 만나는 각시취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집니다. 서늘한 바람 줄기들이 이어지고 있을 깊은 강원도 DMZ 산골짝 초입에 유난히 큰 키로 서서, 가녀리고 긴 꽃자루 끝에 작은 꽃송이들을 꽃다발처럼 피워 올린 모습은 마치 그곳에서 목을 길게 빼고 오래도록 나를 기다리는 그녀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만나는 각시취 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 좋습니다. 푸르기도 하고 자줏빛도 도는 굵은 줄기 끝에 자루가 갈라져 지름 1㎝ 정도의 꽃이 꽤 많이 달립니다. 꽃 색깔이 특히 고운데 보라색에서 연한 자줏빛, 분홍색까지 다양합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색들이 서로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드물게 흰 꽃도 보이는데 이는 별도로 흰각시취라 부릅니다. 꽃 피기가 절정을 이루면 비록 꽃잎이 약소해도 수술과 암술이 길게 나와 특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열매는 가을에 꽃차례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랏빛이나 갈색으로 익습니다. 물론 아주 잘 익고 나면 씨앗은 대부분의 국화과 식물들처럼 하나하나 솜털을 달고 날아갑니다.

보통 이름 앞에 ‘각시’가 붙는 식물은 하늘하늘 연약한데 각시취는 여린 듯하면서도 씩씩하게 느껴집니다. 이 식물의 한자 이름인 미화풍모국(美花風毛菊)은 아름다운 꽃을 가진 국화과 식물이란 뜻이고, 세계가 함께 쓰는 학명 역시 아름다운 또는 귀여운 취라는 뜻입니다. 잎에 털이 있어서 참솜나물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참취, 수리취, 분취처럼 어린잎을 나물로 먹습니다. 약으로도 쓰이는데 식물체 전체를 말려 관절염, 설사, 타박상 등에 처방됩니다. 기다란 줄기, 아름다운 꽃색, 긴 개화 기간을 감안하면 관상용 식물로도 유망합니다. 정원에 심으려면 키가 크니 조금 뒤쪽에 배경처럼 식재하면 좋습니다. 병영에 붙은 화단이라면 벽을 따라 심는 것이 좋겠지요. 긴 줄기는 잘라서 꽃병에 꽂기 편해 꽃꽂이 소재로 매우 좋은 특징입니다. 면회 온 여자친구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주기에도 적절하겠지요.

이러한 쓰임새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꽃 도매시장에 이 각시취가 많이 나와 팔린 적이 있었습니다. 새롭고 아름다워 매우 인기가 있었답니다. 파는 분이 이름을 몰랐는데 여러 사람이 물어보자 엉터리 영어 이름을 붙였고, 각시취는 수입한 꽃꽂이 소재로 둔갑해 아주 비싸게 팔렸답니다. 그러다 나중에 강원도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이지요. 정말 괜찮은 우리 꽃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에 화가 났었습니다. 국민이 알고 좋아하는 꽃을 고르라면 장미·카네이션 등 대부분 외국 꽃 이름을 댄다고 합니다. 우리의 산야에 피고 지는 우리 꽃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도 나라 사랑의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진=양형호 작가

 

흰각시취


각시취
과명: 국화과(Compositae)
학명: Saussurea pulchella (Fisch.) Fisch.
특징: 두해살이풀, 50∼150㎝
잎/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다, 줄기잎은 타원형이며 깃털 모양으로 갈라지고 열편은 6~10쌍
꽃/ 8∼10월 개화, 꽃차례는 지름 12~16㎝ 산방상
열매/ 수과, 길이 3.5~4.5㎜, 자줏빛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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