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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에서 미사일까지<128>첫 독자 개발 소형 잠수함-22-

기사 게시 일시 : 2013-01-05 00:39

자주역량·우수성 세계 과시

해군사관학교 제37기 졸업식이 다가오면서 연구팀은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전두환(全斗煥)대통령이 1981년 8월 코리아타코마의 특수선 건조장을 찾아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대로 다시 건조장을 방문한다는 일정이 통보된 것이다. 그리고 이 일정에 맞춰 역사적인 돌고래 진수식을 갖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돌고래 진수식은 그러나 성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구팀과 코리아타코마 측은 보안상 이유로 진수식 행사를 실외가 아닌 건조장 내에서 가져야 했다. 식단을 만들고 그 옆에 1대1 모형선을 배치했으며 만국기를 내걸어 식장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특히 완성된 돌고래 함수(艦首) 부위에는 태극 문양을 디자인한 천을 씌워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된 무기 체계임을 드러내 보였다.
진수식 전날은 행사장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한 가운데 잠망경의 입고가 다소 지연됐다. 잠망경은 대통령이 함 내부에 시승해 직접 살펴볼 장비. 담당인 박의동 박사와 코리아타코마의 한상영 과장은 잠망경 점검에 한낮을 다 보냈다.
그런데 저녁에 대기 중일 때 보안부서에서 진수식 후 기뢰 부설을 시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모형 기뢰의 분해를 요구해 왔다. 혹시 내부에 실제 폭약이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박사는 모형 기뢰 양쪽에 수십 개나 되는 크고 작은 볼트·너트를 하나씩 모두 풀어 내부에 모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조립한 후 기뢰 탑재 장치를 이용, 돌고래 현(舷) 측의 기뢰 부설통에 장착해 놓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갔다.
밤 12시가 넘어 ‘이제는 다 됐다’ 싶어 두 다리를 쭉 뻗을 즈음 청와대 경호팀이 찾아왔다. 역시 기뢰 내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안부서팀이 이미 확인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경호팀은 내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버텼다. 박박사와 코리아타코마팀은 어쩔 수 없이 기뢰를 다시 내렸다. 수십 개의 볼트·너트를 스패너로 일일이 분해해 내부를 확인시켰다. 그리고는 재조립해 부설통에 다시 장착했다. 벌써 새벽이 다 됐다.
이윽고 2일 오전 진수식이 열렸다. 전대통령 치사에 이어 이순자 여사가 해군의 전통 진수 의식에 따라 도끼로 진수 라인을 끊음으로써 마침내 돌고래는 진수됐다. 대통령은 외부에서 원격조종으로 잠망경과 스노클 마스트를 올리는 과정, 수평·수직타 작동, 기뢰 부설 문 개폐, 기뢰 부설 시범을 지켜본 후 국방부장관·해군참모총장·국방과학연구소장 등과 함께 함 내부에 시승했다.
대통령은 잠망경으로 행사장과 이여사를 보았다. 소나와 전자전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조종실로 이동, 침실 구역과 주방·화장실·승조원의 비상탈출 시범을 지켜보았다. ‘국산화율은 어느 정도인가’ ‘어뢰는 몇 발까지 실을 수 있나’ 등의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진수식 행사는 오찬으로 이어졌다. 코리아타코마 조선소가 준비한 오찬 자리에서 전대통령은 진수식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직접 설계 건조한 잠수함으로 돌고래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며 “1척 만드는 값으로 2, 3척 만들어 나간다면 수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종락(코리아타코마 회장)회장, 김성진(국방과학연구소장)소장, 오경환(해군참모총장)총장이 직접 타 보고 이상이 없다면 내가 믿겠다”고 말하고 “국방과학연구소는 잠수함 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해 달라”고 격려성 주문을 했다.
해군사관학교의 졸업식은 오후에 진행됐다. 전대통령은 연설(이때에는 유시〈諭示〉라는 표현을 썼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군은 그동안) 각종 함정과 장비의 현대화에 힘써 방위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왔으며, 특히 우리 해군의 오랜 숙원이자 현대 무기 체계의 정수인 신예 함정을 최근 우리 손으로 만들어 진수시킴으로써 우리 국민의 우수성과 자주국방 역량을 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서 ‘현대 무기 체계의 정수인 신예 함정’이란 다름 아닌 돌고래. 최고 비밀에 해당하는 소형 잠수함 돌고래를 직접 거명하기란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이튿날인 4월3일자 주요 일간지에는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기사에 위 내용만 짤막하게 언급됐을 뿐이다.
때문에 이 신예 함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연구 개발에 직접 참여한 요원을 제외하고는 해군이나 국방과학연구소 내 연구원조차 몰랐다. 언론을 통해 돌고래가 국민들 앞에 소개되기를 기대한 연구팀에는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시운전 등을 통해 혹시 어부들이 보고 사진이라도 찍어 외부로 돌고래 존재 여부가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잠수함으로 오인하지는 않을까, 항공사진이라도 찍히면 어떻게 되나 등등을 걱정해야 했다.

■ 대통령과 진수식

우리 해군에서 의미 있는 주요 함정이 진수될 때는 대통령이 참석, 함 진수의 의미를 높이고 조함 관계자와 해군 장병들을 크게 격려했다.
최초로 함정 진수식을 주관한 이는 최규하(崔圭夏)전 대통령이었다. 1980년 4월 진수한 한국형 호위함(FFK) ‘울산함’으로 이 함정의 진수·취역으로 우리 해군은 본격적인 국산 전투함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대통령이 임석한 진수식은 바로 돌고래였지만 지금까지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잠수함 ‘이천함’ ‘최무선함’ 진수식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국형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지난해 KDX-2 사업에 의해 건조된 ‘문무대왕함’ 진수식을 주관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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